지중배전과 가공배전의 차이점
전기공사업체에 들어와 여러 가지 전기 분야를 접하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배전에도 여러 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전봇대에 전선이 있으면 그냥 전기를 보내는 설비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살펴보니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지역과 환경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되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가공배전과 지중배전이다.
가공배전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전봇대와 전선을 이용하는 방식이고, 지중배전은 전선이나 케이블을 땅속에 설치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나는 두 분야를 직접 교육받으면서 각각의 장단점과 작업 방식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경험했다.
가공배전과 지중배전은 무엇이 다를까
가공배전은 말 그대로 전선과 배전설비를 지상에 설치하는 방식이다.
길을 걷다 보면 전봇대 위에 여러 개의 전선과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설비들이 대표적인 가공배전 시설이다.
가공배전의 장점은 설비를 눈으로 확인하기 쉽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접근하기가 비교적 편하다는 점이다.
반면 지중배전은 전력 케이블을 땅속에 설치한다.
도시 지역이나 미관이 중요한 지역에서는 전봇대와 전선을 줄이기 위해 지중화된 전력설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지상에 전선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깔끔하다. 하지만 땅속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위치를 확인하고 작업하는 과정이 가공배전과 다르다.
작업 방법도 상당히 다르다.
가공배전은 높은 전주에 올라가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고소작업에 대한 부담이 있다.
내가 가공배전 교육을 받을 때도 12m 높이의 전봇대에 올라가 작업해야 했다. 40대 후반의 나이에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반면 지중배전은 땅속에 설치된 케이블을 다루기 때문에 높은 곳에 올라가는 작업과는 다른 어려움이 있다.
직접 경험해보니 작업의 어려움도 달랐다
지중배전 교육을 받을 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케이블 작업이었다.
지중배전에서는 전력 케이블을 연결하기 위해 케이블의 피복을 벗기고 도체를 연결하는 작업 등이 필요하다.
말로 들으면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케이블을 벗기는 작업이었다.
지금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60mm에서 80mm 정도 되는 케이블을 직접 다뤘는데, 피복을 정해진 방법으로 벗겨내는 과정이 상당히 힘들었다.
더 힘들었던 것은 겨울이었다.
추운 날씨에는 케이블 자체가 딱딱하게 굳어 있어서 작업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손에도 힘을 많이 줘야 했고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됐다.
가공배전이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면 지중배전은 무겁고 단단한 케이블을 다루는 것이 또 다른 어려움이었다.
그래도 나 역시 지중배전 관련 교육과 자격을 준비하면서 끝까지 연습했고 첫 번째 도전에 합격했다.
두 분야를 직접 경험하고 나니 같은 전기공사라고 해도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능력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공배전은 전주와 배전설비를 다루는 작업이 많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 작업할 수 있는 능력과 안전관리가 중요하다.
지중배전은 지하에 설치되는 케이블을 다루기 때문에 케이블의 구조와 접속 작업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어느 한쪽이 무조건 쉽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각각 다른 방식으로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 분야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사람이라면 단순히 '어떤 자격증이 더 좋은가'를 알아보기보다 자신이 실제로 어떤 환경에서 일하게 되는지를 먼저 알아보는 것이 좋다.
중년 이후 새로운 직업을 준비하는 경우라면 체력과 작업환경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나처럼 가공배전과 지중배전 관련 교육을 모두 경험해보면 전기공사가 단순히 전선을 연결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평소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기 위해서는 지상과 지하 곳곳에서 다양한 기술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가공배전과 지중배전은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사람들이 안전하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전력을 전달한다는 같은 목적을 가진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나에게는 두 분야를 직접 경험한 것이 단순한 자격증 취득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오랫동안 전기와 떨어져 살았던 내가 다시 전기 현장을 이해하게 된 계기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