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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후반에 12m 전봇대를 처음 올라갔던 날

by 타이거베컴 2026. 9. 23.

40대 후반에 12m 전봇대를 처음 올라갔던 날

살면서 내가 12m 높이의 전봇대에 올라가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수도전기고등학교 전기과를 졸업했고 전기기능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었지만, 졸업 후 전기 현장에서 일한 사람은 아니었다. 20년 넘게 영업직으로 일했고 사람을 만나고 조직을 관리하는 것이 내가 해온 일이었다.

그러다 2020년 전기공사업체에 입사하면서 다시 전기와 인연을 맺게 됐다.

회사 업무와 관련해 여러 가지 전기 분야 자격과 교육을 준비하게 됐고, 그중 하나가 가공배전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자격증 하나 취득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교육을 시작하고 실제 작업 과정을 접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12m 전봇대 앞에서 처음 들었던 생각

가공배전 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부담스러웠던 것은 역시 전봇대였다.

12m 높이라고 하면 숫자로는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아래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나는 40대 후반이었다.

젊었을 때라면 '한번 올라가 보지 뭐'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고 나니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더구나 단순히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이 아니었다.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안전고리를 사용하면서 일정한 높이까지 올라가 실제 작업을 해야 했다.

처음 올라갈 때부터 긴장이 됐다.

한 단계씩 올라가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높이가 점점 실감났다.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몸이 느끼는 두려움은 별개였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솔직히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는 원래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오랫동안 영업직으로 일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움직이는 일을 해왔지만, 전봇대에 올라가 작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일이었다.

그런데 위에 올라가니 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무서워도 결국 끝까지 해야 했다

가공배전 작업에서는 전봇대에 올라가 필요한 장비를 다루고 정해진 작업을 수행해야 했다.

특히 완금과 애자를 다루는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

땅에서는 그렇게 무거워 보이지 않던 장비도 높은 곳에서 자세를 잡고 다루려고 하니 쉽지 않았다.

다리는 계속 긴장하고 있었고 팔에도 힘이 들어갔다.

그런데 시험이나 교육 과정에서는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수행해야 했다.

'무섭다'고 해서 내려올 수도 없었다.

처음에는 올라가는 것 자체가 무서웠지만 몇 번 반복하면서 조금씩 익숙해졌다. 안전장비를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고 작업 순서를 반복하다 보니 처음보다는 긴장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것은 끝까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마음을 정했다.

이번에 무조건 한 번에 합격하자.

다시 이 과정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서 새로운 자격을 준비한다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데, 다시 12m 전봇대를 올라가 같은 교육을 받는 것은 생각만 해도 싫었다.

그래서 교육이 끝난 뒤에도 기억해야 할 작업 순서와 주의사항을 계속 생각했다.

결국 가공배전 관련 자격을 첫 번째 도전에 합격했다.

합격했다는 결과도 기뻤지만, 사실 더 기뻤던 것은 '나도 이 나이에 이런 일을 해냈구나'라는 생각이었다.

20년 넘게 영업을 하다가 전기공사업체에 들어온 것도 큰 변화였는데, 거기서 다시 전기 관련 자격을 준비하고 실제 전봇대까지 올라가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12m 높이의 전봇대 위에서 다리가 후들거리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한 가지는 확실히 배웠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두려움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하나씩 해보면 처음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일도 결국 해낼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중년이 되어 무조건 어려운 자격증에 도전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나에게 맞는 분야인지, 실제로 그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인지 먼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회사 업무 때문에 가공배전을 준비했고 그 과정에서 힘든 경험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경험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

40대 후반의 내가 12m 전봇대에 올라갔던 그날.

돌이켜보면 단순히 자격증을 따기 위해 전봇대에 올라갔던 날이 아니라, 나이에 대한 자신감을 조금 되찾았던 날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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